UX Writing 왜 할까?

Writing 교정, 교열, 윤문, 편집.. 만 생각하다가. 왜? 라는 문제로 새버렸다. image from pixabay

UX Writing에 대해서 몇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중 지난 몇년간 프로젝트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SI 프로젝트에서 UX Writing’이란 다소 거창한 주제도 있었는데. 막상 쓰려고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색질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우선 현재까지의 생각만 정리해 본다.

UX Writing이란 무엇일까?

사용자(User)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글자로 표현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어느 한 화면이나 한 페이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진, 아이콘, 일러스트 등의 이미지를 이용한 정보 전달도 가능하지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글자가 필요하다.

여기서 사용자는 정보 소비자(Consumer)로 읽힌다. 글을 읽고 정보를 얻고 다음의 행동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고객(Customer)으로 진화되기를 바라는. 이미 고객이 된 경우라도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거나 유지가 필요하다는 개념에서 고객이기 보다 소비자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UX Writing의 목적

소비자에서 고객으로 전환되기 위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소비자가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개입된다. 쉬운 용어 사용, 친절한 어투의 문체, 일관된 표기법 등 만으로는 UX Writing을 설명할 수 없다. 핵심은 상품과 서비스에 호감을 느끼고(또는 유지하고) 계속해서 경험이 이어지도록 하는데 있다.

토스의 UX Writer에 대한 포지션 소개를 참고해 보자.

두 번째는 토스에 대해 더 좋은 마음이 들게끔 하고 있어요. 제품을 잘 안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추천하거나 감정에 공감하는 등 마음을 사로잡는 시도를 하는 거예요.

https://blog.toss.im/article/uxwriter-interview

위 토스 피드에서 첫번째(고객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는 사실 두번째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초 과정으로 보인다. 세번째(동료들과의 협업 효율을 높이는 일)는 UX Writing이 한 회사내에서 일관성을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로 보이고. 결국 UX Writer의 포지션(Position)은 제품을 잘 안내하는 것을 넘어, 마음을 사로잡는 시도를 하는거다.

관계와 소통

내가 만들어서 혼자 쓰고 마는 것에 Writing은 필요하지 않다. Writing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를 전제한다. 그러면 관계(relation)가 형성되고 소통(Communication)이 필요하다. 소통은 단방향의 의사 전달이 아니라 주고 받는 과정이다.

애플의 Siri나 아마존의 Alexa와 같은 AI Speaker를 이용한 대화형 서비스가 있으나 아직은 ‘글’에 의한 정보의 전달이 주류를 이룬다. 단순히 전달만 하고 그치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마음을 사로 잡아야 그 다음 대화가 이어진다.

닐슨 노먼 그룹의 자료 “How Little Do Users Read?” 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웹)페이지에 머물면서 20%의 단어를 읽는 것으로 가정된다. 소규모 엘리트 그룹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실제는 더 낮을 것으로 본다고 한다. (https://brunch.co.kr/@margrit74/107에서 재인용)

주절주절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는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없다. 언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지 모르는 상대방을 붙잡기 위해. 한 글자도 낭비함 없이. 그래서 UX Writing이 필요하다.

내가 프로젝트에서 쫓겨난 이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image from pixabay

‘티나 실리그(Tina Seelig)’의 『인지니어스(INGENIUS)』서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수업 첫날은 매우 간단한 도전으로 시작한다. 이름표를 재디자인 하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지금 착용하고 있는 이름표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글자가 너무 작아서 읽기 힘들다, 알고 싶은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착용자의 벨트 버클에 매달려 있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보기 흉하다 등등. 그들도 역시 그런 점들에 짜증 났던 적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15분 후에 학생들의 목에 걸린 이름표는 커다란 글씨로 이름이 적힌, 예쁘게 장식된 종이로 대체됐다. 새로운 이름표는 각자의 셔츠에 단정하게 고정되었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둔 건 다른 것이었다. 나는 새로운 이름표를 전부 모아서 서류 분쇄기에 넣는다. 학생들은 미치기나 한 듯 쳐다본다. 그러면 난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학생들에게 묻는다.

“애초에 이름표는 왜 사용한 걸까요?”

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대답은 뻔하지 않나? 당연히, 남들이 우리의 이름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들은 곧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짧은 토론 후에, 그들은 이름표가 세세한 기능들을 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 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누군가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막아 주고, 대화 상대에 대한 정보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름표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이렇게 확장 시킨 뒤, 그들은 서로를 인터뷰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시작하고 싶은지, 남들이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시작했으면 하는지를 알아낸다. 이런 인터뷰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해결책, 전통적인 이름표의 제한을 훌쩍 뛰어넘는 참신한 시각으로 이어졌다.

인지니어스, p13~14 中

위에서 말하는 ‘수업’은 스탠퍼드대학교 하소플래트너디자인연구소(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 애칭 D.School)에서 진행되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수업 이다.

이어지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한 팀은 이름표의 크기에서 벗어나, 글자와 그림으로 착용자의 정보를 나타낸 맞춤형 티셔츠를 디자인했다. 다른 팀은 그 사람의 이름을 발음하는 법(이거 때문에 소리 기반의 이어폰을 생각한듯)과 근무지, 서로 아는 친구들의 이름 같은 정보를 포함하여 들려주는 이어폰 모형을 만들었다. 또 다른 팀은 의미 있는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상대의 기분이 어떤지 아는 것이 종종 더 중요하다 생각하여 기분을 나타내는 여러 색깔의 팔찌를 디자인했다.

저자는 이 과제의 핵심을, 어디서나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기회가 “왜?”라는 문제의 핵심을 돌아보는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 언제나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프로젝트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처음엔 내가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데 딱히 찾을 수 없었다. 그 사이 계속 들려오는 여러 이야기로 하나씩 조각을 맞춰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그들’을 불편하게 했던 거다. “왜?”라는 질문으로.

추정컨대 내게 원했던 것은 ‘why?’가 아니라 ‘how?’였다. 그저 손 끝을 보고 따라가면 되는데 저기가 맞냐고 묻고 있으니 쫓겨날 수 밖에.

그러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작업으로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스스로 이해되지 않고, 동의되지 않는 것을 시킨대로만 하는 것도 내 역할은 아니었으니. 과정의 아쉬움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다시 쫓겨나더라도 나는 “왜?”라고 물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