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백두 18기 맛보기 산행 초대

나는  산을 오르는가?

지난해 5월, 한동안 계속 이어진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피폐해진 어느 날. 3호의 숲체험 자연학습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간 산자락. 1호, 2호를 데리고 마냥 차에서 핸드폰만 볼 수는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산자락을 올랐으나.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땀으로 범벅이 되고서 후들 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아이들을 핑계삼아 돌아섰다. ㅠㅠ

치킨과 바꾼 첫 산행의 고통.
2호의 원망스런 눈초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1달에 한번 진행되는 자연 학습으로 다음 달에 갔을 때 다시 올랐으나. 이번에는 산 중턱까지 오르고는 울부짖는 아이들을 핑계로 돌아섰다. 다음에는 기필코 올라가리라 마음 먹었고 드디어 3번째 도전에서 정상을 올랐다. 그 산이 우면산. 공식적인 높이는 293m지만 정상엔 군부대가 있어 그 주변 전망대가 있는 곳(소망탑)을 기준으로 하고 시작 고도를 고려하면 200m 남짓. 그 후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저질 체력과 코시국의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서너번을 쉬고서야 오르던 곳을. 점차 쉬는 구간을 줄여서 한번에 올라서고. 그 다음 청계산으로, 관악산으로. 이젠 1호 혼자서 먼저 올라가도 큰 걱정은 하지 않게 되고. 2호, 3호도 곧잘 앞서 올라간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당근(통닭과 피자, 그리고 등산 당일의 무제한 자유시간)과 채찍(당근으로 주어지던 것들의 제한)이 있어 왔던가. 

단 한번 오른 관악산,이 날은 치킨에 현질(게임 아이템)을 더한 다음에야 정상에 올랐다.

일상의 피곤함을 이유로 마냥 집에서 널부러져 있기엔 아쉬웠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핸드폰을 쳐다보는 것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늙은 애비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운 마음과.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설 때,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문제들을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가족이 함께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다 운좋게(!) 이우학교에 1호가 입학하면서 큰그림이 펼쳐진다. 그 이름 ‘이우백두’.

이우백두, 일단 시작

2주에 한 번, 1년반 정도의 여정으로 40여회에 걸쳐 730km. 새벽에 떠나 하루 6~10시간 동안의 산행이라니. 우리 가족에게 이런 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만약 처음부터 이 숫자들에 부딪혔다면 그냥 웃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언제나 처음은 힘들었고, 어느 곳이든 낯선 곳은 서툴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잘못 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도. 먼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다만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으니,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우백두의 맛보기 산행은 그 한 발 한 발 중 하나다. 학교 뒤쪽으로 이어지는 태봉산(318m, 학교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등산로 입구가 해발 131m이니 역시 200m 남짓이다)까지 왕복 8km의 산행을 통해 선배 기수들과 첫만남을 가진다. 맛보기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처음 진입 구간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고, 능선으로 이어지다가 오르막과 내리막, 평지구간을 반복하는 것이 백두의 길과 닮은 듯 하다. 백두대간이라고 하여 평지부터 시작해서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준봉을 오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간 중턱의 입구에서 시작해 능선과 능선을 이어 들고 나는 것도 비슷하다(백두는 전문 산악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으로 인한) 누적고도 400m, 왕복 8km에 불과한 거리를 2시간 반에 걸쳐 가는 것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하고, 산행 경험이 많은 사람과 처음인 사람들이 어우러진 까닭이다. 그래서 이우백두 산행 기록은 언제나 선두와 후미의 시간이 존재하고, 후미가 무사히 하산할 때까지 함께인 것도 맛보기 산행에서 엿볼 수 있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엉뚱한 길로 들어서 다시 돌아온다 해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까지. (선두는 대화하면서 가면 안돼요 ㅋ – 이우백두 18기 산행대장님 말씀).

2/19 첫 맛보기 산행에서. 엄청난 경사를 오르는 것 같지만 이거슨 페이크(fake)!

지금 함께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참여할 기회가 제한되진 않는다. 언제 어느 때고 이우백두의 문은 열려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새 다가온 봄의 기운을 집안에서 흘려보내기가 아쉽다면. 주말 마트에 들러 시식대에 들르는 것 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맛보기 산행에 함께 하길 권해본다. 시식대에서 먹고 돌아선다 하여 눈치 볼 이유는 없다. 

일단 시작, 시작이 반이다.    

  • 이우백두 18기 맛보기 산행.
  • 2022년 3월 1일, 10:00.
  • 학교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 
  • 준비물 – 등산화(또는 운동화), 물 한병과 봄과 새로운 시작(입학)을 기다리는 마음.
  • 참석자의 이름을 미리 알려주시면(사전 신청) 이름표를 만들어 드린답니다(하지만 맛보기에 이름표가 필수는 아니므로 당일 아침까지 고민하다가 불쑥 나타나셔도 되요 ^^).
  • 사전 신청은 이우백두 18기 단톡방에서. 말씀 주시면 초대해 드려요(참고로, 현재 12가족, 42명이 이우백두 18기 가입을 신청 해주셨답니다).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지 않겠다.

넘어질까 걱정하지 말자. 다시 일어나면 된다. image from pixabay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뉴스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어쩌다 접하게 되는 짧은 언론 보도 만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자식 먼저 보낸 부모 마음’은 고스란히 가슴으로 밀려왔고 그저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하나 둘 접하게 된 이야기 중 가장 마음을 무겁게 했던 것이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른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눈물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직도 생각과 행동 차이가 많은 것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다. 계속 나아가겠다.)

『강수돌 교수의 더불어 교육혁명』- 이하 ‘더불어’로 표기-은 큰 아이가 입학할 중학교에서 주최한 ‘신입학부모를 위한 새로 배움터(줌으로 진행되었다)’에서 전달된 추천 도서다. 2015년 출판된 것으로, 2003년에 나온 『 나부터 교육혁명 』-이하 ‘나부터’로 표기-의 후속편이라 한다. ‘더불어’를 읽는 동안 ‘나부터’의 내용도 대략 짐작은 가지만 별도로 읽어볼만 할 듯 하다.

‘더불어’는 아래 5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교육 현실, 무엇이 문제인가?
  2. 인생의 내비게이션 –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3. 교육 혁신, 우리도 할 수 있다
  4. 사회 혁신 없이 교육 혁신 없다
  5. ‘나부터’ 실천과 ‘더불어’ 실천이 희망이다

그리고 그 앞에 프롤로그로 「’세월호’ 사건과 개념혁명」이 자리한다. 이미 여기에서 생각의 합치가 일어났기에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에 부담은 없었다.

팔꿈치 사회, 차별의 내면화, 경쟁의 내면화가 일상화 된 현재 사회 구조에서, 시대를 정당화 하고 그에 순응하기를 강요하는 교육은 부모 세대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 걱정, 좋은 직장을 얻지 못할까 걱정, 그래서 생계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런저런 걱정들로 시작된 현실 인식은 “자식 잘못 되기 바라는 부모 없다”는 논리로 나의 방식과 생각을 강요하게 된다.

나의 약한 모습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는 것을 못 견뎌 하거나, 내가 했던 실수나 잘못을 아이들이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스스로 얻지 못한 깨달음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아이들이 더 어릴 적부터 진정 자유롭게 자라왔는지, 그동안 자율성을 키울 기회가 많았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그다음에는 과연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았는지, 특히 컴퓨터나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같이 즐겼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아이들과 ‘놀아주어’한다고 말하지만, 놀아주는 게 아니라 그냥 함께 ‘놀아야’ 한다.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균형 잡힌 인성을 기르게 된다. 실컷 놀아본 아이는 노는 것과 배우는 것의 경계가 거의 없거나 혹 있더라도 균형을 잘 잡는다.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강수돌 교수의 더불어 교육혁명』 33~34p 中

머리로는 실컷 놀도록 놔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행동으로는 잘되지 않는다. “실컷 놀게 내버려뒀더니 엉망이 되었다.”, “다른 애들은 선행으로 어디까지 하는데 ‘기본(이 기본이 누구의 기본인지 모르겠다)’은 해야지.”.. ‘옆집 아줌마’의 현실, 인생, 사회 인식으로 보면 무책임한 부모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거기서 중심을 잡으려면 아빠가 엄마와 동일하게 자녀의 교육이나 자녀와 함께 활동하는데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옆집 아줌마’ 이야기의 본질은, 아빠는 돈벌이 기계로 전락하고 동시에 엄마는 아이의 성적 관리자가 되어버린, 우리 모두의 뒤틀린 현실에 있다’고 책은 말한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사회, 공동체적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차이’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 차이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교육 현장에서 진행된 사례를 소개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에서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데 오래전 소개되었던 영국의 썸머힐 학교에서 부터 캐나다의 센트렐텍 고교(책에 기재된 명칭으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정확한 명칭 확인이 필요할듯), 한국의 간디학교와 태봉고등학교 등이 거론된다(이에 대해서는 관련된 책을 소개하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 서머힐에서 진짜 세상을 배우다 』,『 작은 학교의 힘 』,『 흔들리며 피는 꽃, 제천 간디학교 』)

이와 같은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사회 혁신이 우선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 혁신을 이루기 위해 ‘나’가 아닌 ‘더불어’ 실천을 말한다.

전체적으로 짧은 글들의 연속이고 실제 사례를 예시로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읽히는 편이다. ‘혁명’과 ‘혁신’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비해 4장과 5장도 큰 부담은 없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문제다. 늘 실천이, 꾸준함이 문제다. 더디더라도 계속 나아가겠다고 다시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