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어려움

4370개의 글자를 쓰는데 11일이 걸렸다. 그나마 공백을 제외하면 3404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본사에 복귀한 후, 어차피 요청되어질 업무라는 것을 알기에 먼저 물었다. 써야 하냐고. 써달라고 그런다. 그래서 시작했다.  프로젝트 원고. 

처음도 아니고 이미 몇번의 경험이 있어 그냥 빨리 마무리 지으려 했다. 언제나처럼 대략 몇개의 키워드를 끄적이고, 순서를 정하고. 생각나는 대로 기계적인 타이핑을 한다. 그렇게 한줄 한줄 쓰다보면 초안이 나오고. 다시 몇번 읽으면서 퇴고를 거듭하다 보면 마무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잘 안된다. 그럴 수 있다.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미뤘다. 그리고 다시 끄적이기를 반복한다. 주말 동안 머리를 비워내면 괜찮겠지. 월요일이 되니 더 안써진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다. 이제는 고통이다. 일단 엉성하게라도 초안을 만들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더 안된다. 

다시 주말이 지났다. 이젠 다른 것들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더 미뤘다간 큰일이다 싶다.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올라가 한참을 서성인다. 

결국 알았다. 모르는데 아는 척 하려 했다는 것을.  1년 동안 한 일인데…

아는 만큼만 쓰기로 하고 내려왔다. 

주절주절 늘어 놓은 것들 정리하다 보면 또 쓰여지겠지.

UX Writing 왜 할까?

Writing 교정, 교열, 윤문, 편집.. 만 생각하다가. 왜? 라는 문제로 새버렸다. image from pixabay

UX Writing에 대해서 몇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 중 지난 몇년간 프로젝트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SI 프로젝트에서 UX Writing’이란 다소 거창한 주제도 있었는데. 막상 쓰려고 이것저것 자료를 찾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색질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우선 현재까지의 생각만 정리해 본다.

UX Writing이란 무엇일까?

사용자(User)가 상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글자로 표현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어느 한 화면이나 한 페이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진, 아이콘, 일러스트 등의 이미지를 이용한 정보 전달도 가능하지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글자가 필요하다.

여기서 사용자는 정보 소비자(Consumer)로 읽힌다. 글을 읽고 정보를 얻고 다음의 행동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고객(Customer)으로 진화되기를 바라는. 이미 고객이 된 경우라도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거나 유지가 필요하다는 개념에서 고객이기 보다 소비자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UX Writing의 목적

소비자에서 고객으로 전환되기 위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한 소비자가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개입된다. 쉬운 용어 사용, 친절한 어투의 문체, 일관된 표기법 등 만으로는 UX Writing을 설명할 수 없다. 핵심은 상품과 서비스에 호감을 느끼고(또는 유지하고) 계속해서 경험이 이어지도록 하는데 있다.

토스의 UX Writer에 대한 포지션 소개를 참고해 보자.

두 번째는 토스에 대해 더 좋은 마음이 들게끔 하고 있어요. 제품을 잘 안내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추천하거나 감정에 공감하는 등 마음을 사로잡는 시도를 하는 거예요.

https://blog.toss.im/article/uxwriter-interview

위 토스 피드에서 첫번째(고객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는 사실 두번째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기초 과정으로 보인다. 세번째(동료들과의 협업 효율을 높이는 일)는 UX Writing이 한 회사내에서 일관성을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로 보이고. 결국 UX Writer의 포지션(Position)은 제품을 잘 안내하는 것을 넘어, 마음을 사로잡는 시도를 하는거다.

관계와 소통

내가 만들어서 혼자 쓰고 마는 것에 Writing은 필요하지 않다. Writing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존재를 전제한다. 그러면 관계(relation)가 형성되고 소통(Communication)이 필요하다. 소통은 단방향의 의사 전달이 아니라 주고 받는 과정이다.

애플의 Siri나 아마존의 Alexa와 같은 AI Speaker를 이용한 대화형 서비스가 있으나 아직은 ‘글’에 의한 정보의 전달이 주류를 이룬다. 단순히 전달만 하고 그치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마음을 사로 잡아야 그 다음 대화가 이어진다.

닐슨 노먼 그룹의 자료 “How Little Do Users Read?” 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웹)페이지에 머물면서 20%의 단어를 읽는 것으로 가정된다. 소규모 엘리트 그룹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실제는 더 낮을 것으로 본다고 한다. (https://brunch.co.kr/@margrit74/107에서 재인용)

주절주절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는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없다. 언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지 모르는 상대방을 붙잡기 위해. 한 글자도 낭비함 없이. 그래서 UX Writing이 필요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책, 잊혀지지 않기 위한 노력들. image from pixabay

『강원국의 글쓰기』를 읽으며. 메모장에서 쓰고, 글로 옮기면서 몇 번의 퇴고를 거치며 생각들을 다듬고 욕심을 잘라냈다.

무언가를 처음 하게 될 때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이 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잘못 하더라도 고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금더 마음이 놓일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 처럼 글쓰기도 한번에 잘 될 수는 없다. 누군가 쉽게 글을 쓰는 것 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가려진 수많은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글을 잘 못 쓴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잘’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잘 보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다고 생각하니 쓰지 않았다.

이제는 잘 쓰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쓰려고 한다. 쓰다 보면 좋아지겠거니 한다. 이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냥 앞만 보고 있었는데 뒤돌아 보니 지나온 길이 희미해진 느낌. 그러고 보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점점 캄캄해지는 것 같아 겁이 났다. 그것을 밝히기 위해 쓰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지기 위해서 매일 쓰려고 한다. 무엇이라도 쓰려고 한다. 지금은 우선 그것이 큰 목표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데 아이들이 커갈 수록 점점 말로 하기 어려워진다. 이젠 내 생각을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이 판단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머리에 떠올리기만 했다가 잊어버리고 지나는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하며 언젠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몇 개월 주말마다 산을 꾸준히 오르다 보니 이에 대한 비유가 마음에 닿는다. 안되면 쉬었다 가자. 그러나 포기하지는 말자.

산은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한발 한발 올라야 한다. 한달음에 날아오를 순 없다. – 중략- 사람에 따라 걸리는 시간 차이가 있을 뿐 도중에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정상에 오른다.
산을 오르다 보면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고비가 한두 번 온다. 글쓰기도 그렇다. 도저히 못 쓸 것 같은 깔딱 고개를 만난다. 산에서 깔딱 고개를 만났을 때는 쉬어가는게 맞다. 글쓰기도 고비를 만나면 글과 억지 씨름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글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돌파구가 생긴다.

p316

콤마(, 쉼표)의 왕자. 대학 시절, 나의 교정지를 본 출판기획사 분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긴 문장 내에서 의미가 나뉘어지면 여지 없이 쉼표를 넣었다. 읽어보고 나의 호흡에 맞지 않는 것을 고쳐나갔다. 다른 산을 오르기 위해서라도 하산을 잘해야 한다.

산에 많이 올라본 사람이 잘 오른다. 글도 많이 써본 사람이 잘쓴다. 글쓰기를 강연이나 글쓰기 책으로 배울 수 없다. 글쓰기는 글을 써야 배울 수 있다. 쓰는 게 곧 글쓰기의 왕도다.
하산을 잘해야 한다. 글도 쓰는 것보다 고치는게 중요하다. 잘 쓴글은 없다고 했다. 잘 고쳐 쓴 글만 있을 뿐이다.

p318

어김 없이 다음 읽을거리 찾았다.

『글쓰기를 위한 4천만의 국어책』,『생각의 탄생』-13가지 생각도구, 『인지니어스』-11가지 생각법

계속 읽고, 계속 쓰자.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다

잊지 않기 위해 쓰려고 한다. – image from pixabay

글쓰기는 오래된 나의 갈증이다. 대학 시절 책 만드는 일을 하는 동안 쓴 몇 개의 글 이후. 오랜 동안 조각조각 끄적거리기만 했다. 돌아보니 30년이 되어간다.

이제 다시 쓰려고 보니 좀처럼 빈 여백을 채울 수가 없어 책을 찾았다. 도서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왔다가 한번 펴보지도 않고 반납하기를 몇 차례. 그리고 한 권을 다 읽었다.

대통령의 글쓰기(주로 연설문)는 여러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목적이다. 그러나 나의 글은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다듬고 나아갈 바를 살펴보거나 기억의 보조장치로써 기록’이 우선된 목적이기에 다르다. 그럼에도 나름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었다.

책 전체에 걸쳐 드러나는 글쓰기 기술 중 많은 부분은 2장에 나오는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32개에 요약되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글쓰기와 차이도 있겠으나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2분 대통령의 글쓰기 차이에 대한 부분은 별도로 기술해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짧은 말의 위력’이라는 부제가 붙은 20장에서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은 좀 긴 편이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고보면 전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내용 비중이 좀더 커보인다.

32가지의 지침 중 아래는 내 나름의 원칙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되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p19~21

아래는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기왕이면 스케일을 크게 그리게.

p12

아래는 내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되네.

p12

이 외에 9장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네-부제: 횡설수설하지 않으려면’도 나의 문제점을 콕 찝어 말한듯 해서 기억에 남는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은 쓸데 없는 욕심을 내기 때문이다. 글을 멋있게, 예쁘게, 감동적으로 쓰려고 하면 나타는 몇가지 현상이 있다.

– 중략 –


횡설수설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할 얘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쓰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막상 글로 쓰려면 잘 안 써진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쓰고 싶은 의욕만 있을 뿐, 쓸 내용은 아직 준비가 안된 것이다. 할 얘기가 분명하면 횡설수설하지 않는다.

p67~69

계속 이어갈 글쓰기에 교훈으로 삼고 되새겨야겠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김대중 대통령을 더 알고 싶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금은 좋아졌다. 그동안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은 ‘비판적 지지론‘ 탓이었을까. 언젠가 이 부분도 글로 정리해 봐야겠다.

찾아볼 책 – 이태준의 『문장강화』, 김대중의 『김대중 자서전』, 마이클 만웰 『글쓰기의 재발견』